[MOVIE.__.Q]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영화 후기 - 1부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영화 정보

감독: 왕가위
배우: 임청하 / 양조위 / 금성무 / 왕페이
장르: 드라마
개봉: 2021.03.04
평점: 네이버(★9.25) / CGV(♛97%)
쿠키: 없음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영화 소개 및 줄거리 - 1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아름다운 영상미와 OST가 만들어낸 장면 장면의 분위기는 뇌리에 남았지만, 조금은 생소한 완전히 다른 두가지 이야기의 옴니버스식 전개와 로맨스에 대한 일반적이지 않은 해석까지, 왠지 스토리에 몰입되지 못하고 영화를 마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난 이 영화를 꼭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오롯이 이 영화에 집중하며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 <중경삼림>의 리마스터링 소식에 곧장 CGV로 향했다.

 

영화의 첫번째 이야기는 최근 이별한 "경찰223(금성무)"의 이야기이다.

4월 1일 만우절, "경찰233"은 이유도 모른 채 여자 친구 "메이"에게 이별통보를 받는다. 그녀와의 이별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경찰223"은 자신의 생일이면서, 이별통보 후 딱 1달이 되는 5월 1일까지 그녀의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결심하며, 하루에 하나씩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모은다.

5월 1일, 기다렸던 "메이"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수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경찰223"은 큰 실망감에 빠진다. "경찰223"은 그동안 사모았던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다 먹어치우고는 명대사를 남긴다.

"사랑이 통조림에 들어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어야 한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상심에 빠진 "경찰223"은 그날 밤 한 술집에 찾아가, 가장 먼저 들어온 여자와 사랑에 빠지겠다고 자기 암시를 걸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금발의 여자(임청하)"가 나타난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금발의 여자"는 사실 마약밀매상이다. 오늘따라 유독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깐의 휴식을 갖기 위해 이 술집을 찾았다.

잠깐의 휴식에 끼어드는 앳되보이는 "경찰223"이 귀찮지만, 오늘처럼 피곤한 날은 낯선 누군가에게 살짝 기대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둘은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짧은 대화를 이어가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유독 힘든 하루를 보낸 "금발의 여자"는 그대로 잠들었고, "경찰223"은 그녀가 깨기를 기다리며 영화를 두 편이나 보았다. 하이힐을 신고 잠든 그녀가 신경 쓰여 하이힐을 벗겨준 뒤 이내 잠이 든다.

"경찰223"이 눈을 떴을 때, "금발의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한낮 꿈같던 인연은 또다시 지나가고, 이별의 상실감에 빠진 "경찰223"은 또다시 명대사를 남기며 달리기 시작한다.

"난 이별을 하면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를 하면 온 몸의 수분이 빠져 눈물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달리기를 하던 "경찰223"은 더 이상 자신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여 삐삐를 버리고 가려다 하나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생일 축하해", 기다리던 메이가 아닌, 하룻밤을 함께 한 정체도 모르는 "금발의 여자"에게 받은 메시지에 작은 위로를 받는다.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영화 후기 - 1부

영화 <중경삼림>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와 어는 곳 하나 기댈 곳 없는 여자, 두 사람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경찰과 마약밀매상, 정반대의 삶을 사는 만큼 '외로움'을 대하는 두 사람의 방식 또한 너무나 다르다.

남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인연을 찾으며 외로움을 잊으려 하고, 여자는 모든 사람들을 밀어내며 고독함 뒤에 숨으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 속에서 시간을 살고 있고, 아주 우연한 찰나의 인연에도 큰 위로를 받게 된다.
"경찰223"이 그랬고, "금발의 여자"가 그랬고, 나도 그렇다.